2010년 7월 27일 화요일

20100727 - 어제의 사건에 대해

어제의 그 사건 관련해서, 아침에 과장님께 혼나는 꿈을 꿨다. 왜 네가 그 자리에 있었냐는,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혼나는 꿈(실제로 그 자리에서 과장님은 취해서 엎어져 있었지만) 이런 게 바로 자기검열하는 주체라는 거겠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 건지, 결혼도 안 하고 애인도 없으니 주인없는 여자라고 생각해서 그러셨는지, 사람들이 나보고 꼬리 친다고 하지는 않을지...별별 생각이 다 든다.

 

...다행히 출근해보니 나한테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더라. 그닥 친하지는 않았던 선배 대리님(택시 잡아주신 그분)이 갑자기 아침 식당에서 괜찮냐고 물어오시고, 이 닦는데 화장실에서 옆 라인 여자 차장님이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테니 잊어버리라고 하셨다. 물론 나 모르는 새 뒷담화로 얘기가 돌 수는 있겠지만...그래도 대놓고 오히려 나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에 위안을 받아야 하나 보다. 그래도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이라는 게 빤해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테니 잊어버리고 회식 자리에서 그 분 취하면 옆에 가지 말라는 정도다. 그리고 그 분께 술을 덜 권하겠다는 선배님들의 배려...

 

그러고 보면 술취했다는 거 참 편리한 면죄부다. 멀쩡한 정신으로 여사원한테 얼굴을 부비려 들면 고의성이 인정되겠지만, 술취해서 모르겠다고 하면 의도를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우에 문제는 반복적으로, 특정인에게 집중해서 일어났는지에 따라서 성희롱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달라질 것 같다. 한 번 겪고 나니 공론화된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어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싶었을 것 같다. 본인이 못 견뎌서 고발하고, 주위의 증언을 얻어 법원의 인정을 받을 정도의 피해가 생긴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힘들게 앓았을까.

 

내 경우에도 두 번째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찌 될지 모른다. 두 번째가 되면 나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왜 네가 그 자리에 있었냐고 힐난하는 목소리가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이제 이직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2010년 7월 26일 월요일

20100726 - 성희롱 관련

오늘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술취한 부장님이 갑자기 날 껴안고 입을 맞추려 드는 순간의 황당함, 두려움, 수치심.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를 것이겠다. 다행히 한 기수 위의 선배 대리님들이 말려줘서 살았다(남자 선배가 부장님을 떼어내 주신 다음, 기혼인 여자 대리님이 나를 데리고 나와 바로 택시를 태워 보내주셨다).

 

아마도 부장님은 자기가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실 뿐더러, 설령 기억하신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만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내가 피해자(에 가까운 상황)가 된 지금 비로소 깨달았다. 부장님의 의도야 어쨌든 내가 헤픈 여자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문제의 술자리에서는 다행히 선배들이 바로 빼내서 택시를 태워 보냈고, 그 순간에는 나도 침착한 척, '제가 분위기 깬 건 아닌가요' 라고 배려하는 척, 술 취하지 않은 사람이 취한 사람을 생각하는 양 가식적인 얘길 건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헤어질 수 있었다. 근데, 과연 그게 술이 깬 다음에도 통할지는 모르겠다.

 

자, 술이 깼다. 사람들이 과연 그 일을 기억할 때, 나를 순수한 피해자로 기억해줄까? 솔직히 나는 부장님의 어이없는 성희롱(으로 해석될 행동)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이후 나를 바라볼 시선이 더 무섭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뒤에서 어떻게 말할지, 그게 두렵다. 정말 발 한 번 잘못 디디는 것만으로도 여자가 직장 생활 하는 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구나...

 

... 부서의 고참 대리님들은 다행히 부장님 술버릇을 아시는 것 같고 오늘 나를 보호해주셨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쉽게 보였다는 것은 오래도록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저, 앞으로 이일에 대한 판단은 이 일에 대한 기억은 이후 회식 자리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 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조용히 부장님이 취하기 전에 나를 눈에 안 띄게 내보내 주면 나름 나를 동료로 인정해 주는 거고, 그냥 무작정 먹으라면 아무 생각 없는 거고... 뒤에서 내 욕하는 거면 그 사람은 날 밟고 싶은 거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런 유의 일은 같은 여자라도 직접 당해보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겠다는 거다. 부서 옮기고 초엽에 같이 전배온 여사원이 멋모르고 술취한 부장님을 데려다드리려다 생각없이 파라다이스라는 룸살롱에 따라갔던 적이 있었다. 그땐 나도 그 여사원이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내가 직접 당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소위 분위기를 깨면 안 되겠다는 생각, 직장 상사이니 내가 참아야지라는 생각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요상한 분위기가 되는 건 금방이다. 만약에 남자 고참 대리님이 부장님을 떼어내 주고, 여자 대리님이 날 바로 끄집어내 택시 태워보내주시지 않았으면, 내가 룸살롱 종업원 취급을 받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성질 머리를 못이겨 부장님을 한 대 치고 경찰서 신세를 졌을 수도 있다.

 

어찌 될 지는 모르지만 둘 다 여자인 내게 결코 유리하지는 않았을 거고, 한 번 그리 취급받으면 계속 그럴 수도 있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다. 앞으로 절대로 멋모르고 술자리에 오래 남는 일이 없도록, 한층 더 경계해야 겠다...

2010년 6월 2일 수요일

20100602 - 투표 완료

어제 내기축구의 여파로 겨우 일어나서 투표를 하고 왔다. 어제 유인물 보고 후보를 다 골라놓지 않았으면 꽤나 고생했을 듯. 이제 오늘 하루는 거리낌없이 놀 수 있다.

2010년 6월 1일 화요일

20100601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를 했다. 물론 부서 내에서 하는 저녁 내기로, 여사원도 전원 참가^^;

 

별 도움은 안 됐지만, 남자들이 왜 그리 축구에 목숨을 거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자기가 뛰는 것도 아닌데 월드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경기 후에는 다들 지쳐서 저녁 먹고 집으로 직행. 내일 지방선거에 대비해서 공약 점검하고 찍을 사람을 정했다. 기숙사의 룸메이트들에게도 투표를 권하니 하루가 저물었다.

2010년 5월 25일 화요일

20100525 - 살아 있다.

출근해서 1시간 반 동안 멍하니 있었는데, 드디어 부장님이 일을 주셨다. 역시, 너무 놀리니 옆라인 사람들과 형평을 고려하신 것 같다. 오랜만에 문서 작성을 해보니 바쁘지만 날아갈 것 같았다. 여기에 예비 거래처 손님들까지. 비록 첫번째 면담자는 에이전트 아저씨와 한국어로 얘기했지만, 두번째는 내가 직접 영어로 질문^^ 하루 30분 정도 회화 공부하고, 업무상 메일을 쓰는 것만으로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적절히 에이전트를 활용하니 훨씬 낫다.

 

덤으로, 괜찮은 책들도 읽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리뷰를 올려야 겠다.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20100524 - 죽음

오늘 아침에 셋째 고모가 돌아가셨다. 대장암이던가. 바로 어제 언니와 문병을 갔는데 얼굴 보고 가시려고 그랬나 싶다. 우린 폐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친할머니와 셋째 고모의 얼굴이 너무나 닯아 있어 놀랐고, 기억에 남은 고운 모습이 다 벗어지고 빼짝 말라 황갈색으로 타버린 고모가 무섭기까지 해서 진저리를 쳤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우린 세상 천지에 자매 둘뿐이니 서로 폐끼치지 말자고, 저리 된 모습을 보느니 오지 말걸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근데...막상 이리 되니 잘 갔다 왔다 싶다. 물론 문자 한통으로 오라가라 하는 아비는 여전히 꼴보기 싫지만...그래도 이것으로 끈이 하나씩 끊어지는 것 같다. 고모 넷 중에 제일 착하고 엄마와 우리에게 잘 해줬던 셋째 고모가 가버렸으니...이상하다. 왜 아버지보다도 지금 와서는 늙어버린 작은 엄마와 둘째 고모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까. 셋째 고모 문병가라고 찾지도 않던 딸을 부르던 아비는 왜 병원에 와 있지도 않았던 것일까. 어찌 됐든 더 엮일 일이 없어 다행이다. 이제는 장례도, 혼인도, 가지 않을 것이다.

2010년 5월 23일 일요일

『사고루기담』, 아사다 지로(양억관 옮김)

국제도서전에서 리퍼제품이라고 하여 반값 밑으로 사온 책. 하지만 다 읽은 다음에도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안팔려서 재고처리를 했다고 하기엔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다.

 

무대는 아오야마 묘지 근처의 고급 빌딩 맨 위층, 이름은 사고루(沙高樓)라고 한다. 즉, 모래로 쌓은 높은 누각이다. 모임의 참석자들은 대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로, 그날의 화자는 자신의 비밀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청자는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나오는 이야기는 기담인데...하츠 아키코나 온다 리쿠보다 좀더 현실을 강하게 깔고 있다. 슬쩍 환상적인 분위기가 풍기지만 아마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임에 분명한...

 

그래서 마지막 다섯번째 이야기 끝머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모래로 지은 높은 누각은 무르고 위험하다. 그러나 태곳적부터 사람들은 거기에 행복이 있다고 믿고 높은 곳을 향해왔다.

뒤를 돌아보니 사고루의 어둠 속에는 오늘밤 들은 이야기의 무게에 짓눌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자신의 독을 토해내는 대신 남이 토해내는 독도 마셔야 한다. 또는, 너무 많은 독을 마셔야 하기에 자신의 독도 토해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고루의 기담 클럽은 그런 원리로 존재하는 모양이었다."(305p)

 

이야기란 건 원래 그렇지...나도 가끔은 참을 수 없거든.

20100523 - 1주기

죽은 이의 한 때문일까, 어젯밤부터 비가 내렸다.

 

산 사람의 생은 아무일 없었던 듯 흘러가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영화_극장] 드래곤 길들이기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러 오랜만에 극장까지 나갔다.

 

본래 온가족의 오락용이므로 줄거리는 참 단순하다. 300년째 용들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바이킹 섬의 괴짜 소년 히컵이 신비의 드래곤을 길들여 나쁜 드래곤의 대왕(최종보스...)를 무찌르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 물론 이야기 마지막에서 착한 드래곤과 마을 사람들은 화해해서 새로운 삶으로.

 

100분이라는 요새 영화치고 짧은 시간 속에 필수적인 요소를 다 집어넣었다는 호평을 보고 예매했는데, 과연. 화사하고 속도감있는 화면을 제외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3D와 판타지라는 공통점 때문인지「아바타」와 비교하는 리뷰도 있었는데, 나는 결말만으로도「드래곤 길들이기」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바타」의 제이크는 상이군인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 영웅이 되고 건강한 새몸을 손에 넣었지만, 「드래곤 길들이기」의 히컵은 살아남았지만 대가를 치렀기 때문. 분명 대가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는 '왜 그 용을 처음 봤을 때 죽이지 못했냐'는 아스트리드의 질문에 대한 히컵의 대답. "내가 겁먹은 만큼 그 녀석도 겁먹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물론 영화관에서 메모는 할 수 없으므로 부정확하다...) 상대방과 나의 같은 모습, 연민...아마도 자연보호운동은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축의 탄생도...

 

영화는 자유로운 인간과 드래곤의 평화로운 새삶으로 끝났지만, 글쎄...이제까지 역사가 증명하는 인간의 모습은, 꼬리날개를 잘라서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다면 일부러 불구로 만들어서 가축화를 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지브리의 비행신에 못지 않은 공중전과 화려한 불꽃의 묘사를 보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저런 생각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2010년 4월 8일 목요일

THE BOX: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1956년 4월 26일, 알루미늄으로 만든 58대의 트럭 몸체가 짐을 잔뜩 실은 채, 대형 크레인(기중기)에 의해 뉴저지 주 뉴어크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으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꼬박 5일 뒤, 이 오래된 유조선 아이디얼X ideal X 호는 휴스턴으로 향한다. 한편, 휴스턴에서는 트럭 58대가 아이디얼X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철박스를 나눠 싣고 목적지로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이 날은 운송의 대혁명을 예고하는 길로 기록될 것이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1956년 4월 26일, 6m 길이의 강철상자를 마음먹고 운송에 활용하기 시작한 날. 대항해시대 이후로 7대양을 누빈 사람들과 그에 딸린 짐들을 생각해보면 컨테이너 상용화는 의외로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이 주제를 다룬 첫번째 책(이 책)이 미국에서 2006년에 출판된 것도 의외로 늦다) 그러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가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운송비 절감에 따른 국제분업의 확대와 국제적인 규모의 경제 실현, 컨테이너 관련 시설 투자로 말미암은 항구의 순위 변화 등등.  그리고 한국 조선업의 급팽창도 컨테이너 붐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본문은 컨테이너 운송이라는 바람을 몰고 온 풍운아, 말콤 맥린의 활약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시스템이 해상 운송을 장악하게 된 과정을 추적하고, 그것이 세계 규모의 Just in Time 공급체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마친다. 말라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박이 400ML x 57Mw, 흘수선 19.5m, 약 18,000TEU 컨테이너선이라는 언급과 이러한 배를 수용할 수 있는 항구의 수심, 항구에서 연결할 수 있는 육상운송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건 새겨들을 만하다.

 

그리고, 본문이 80년대 말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컨테이너 산업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는 별로 나오지 않지만, 한국판 서문에는 이에 대해 애정어린 보론이 붙어있다.

 

"한국만큼 컨테이너 덕을 본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서문, 5p)...중략...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컨테이너가 그처럼 커다란 변화를 낳을지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요. 한국이 가난한 나라에서 지금처럼 세계적인 무역국가로 거듭난 것은 이 '단순하고 멋대가리 없이 생긴 직육면체 상자'가 예기치 않게 낳은 수많은 결과 중 하나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9p)."

 

좋은 말이긴 한데, 서문은 누가 썼나? 밑도 끝도 없이 '한국의 독자들에게'인데, 이게 저자가 직접 쓴 건지, 아니면 한국 해운의 역사를 잘 아는 다른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다. 저자 서문이면 저자 서문이라고 붙이든지, 몇 년 몇 월 누구라고 쓴  사람을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주석과 참고문헌을 꼼꼼히 다 챙기고도 이래서 욕 먹는 출판사들이 꼭 있다. 물론, 번역과 교정도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차 안에서 읽었기 때문에 몇 페이지인지 적어 놓지는 않았지만, '반달인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보통은 '야만적인' 정도로 번역할텐데...지나친 직역투를 지적하자면 공간이 모자랄테니 이만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런 책은 공간적 범위를 따라가면서 읽어야 한다. 속지에 주요 등장 도시가 나온 지도 하나 정도 넣어주었다면 정말 유용했을 것이다.

20100408

고백하건대, 처음 배치받은 부서에서 난 꽤나 까칠한 인간이었다. 말귀를 못알아듣는 업체 사장님께 종종 소리지르고, 화내고, 들들 볶았다.

 

근데 부서 옮기고 나니 그대로 받네? 우리 설계 사람들, 작업범위를 애매하게 지적했다고 추가 설명과 구체화를 부탁했더니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 "TABBYCAT씨는 맨날 오지도 않은 걸 걱정하는데...블라블라블라..." 내가 아는 게 없어 전화 걸어서 확인하고자 하긴 했지만, 상당히 기분나빴다.

 

하지만 머리 식히고서 생각해보면, 나도 작년까지 업체에 비슷한 짓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사내에서 그러진 않았지만. 매번 얼굴보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정말 이 사람 싫다, 다신 얼굴 안 봐도 좋다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역시 못하지.

 

그럼 오늘 나한테 소리를 지른 설계 담당자는 내 얼굴을 안 봐도 좋을 정도로 싫은 걸까? 아니면 원래 자기가 짜증나면 못 참는 성격인 걸까? 그도 아님 구매는 설계 꼬붕이니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은, 남을 설득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다. 혹시 내 목소리나 말투에 남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면 고쳐서 잘 지내보고 싶다. 어쨌든 앞으로 배 나갈 때까진 계속 봐야 하는 사인데...

2010년 4월 6일 화요일

EBSE 이벤트페이지

http://www.ebse.co.kr/ebs/jsp/fhz/aie/Aie_NowEvent_List.jsp?article_id=0000000037817

 

ebs에서 무료로 영어강좌를 볼 수 있는 페이지.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종종 활용하고 있다.

 

굳이 떼어다 붙인 이유는...아이폰에 눈이 어두워서^^;

2010년 4월 4일 일요일

20100404

오랜만에 언니를 붙들고 크게 울었다. 물론 난 만화를 보다가도, 신문을 보다가도 눈물을 글썽이지만, 오늘은 1시간 넘게 제대로 울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다 보니 내가 정말 요 두달 동안 쌓인 게 많았더라.

 

이제 대충 정리가 되었는데, 내 문제는 대리 직함을 달고도 신입사원 수준이라는 데 있다. 과장님께 이번 주 내내 몇 번이나 질문/의논/보고를 했다가 꾸중을 들었던 것 때문에 내내 우울하고 피곤해 했지만, 내가 내 업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 정도로 타격이 크지는 않았을 거다. 부서가 바뀌면서 전반적인 업무 내용이 너무 많이 바뀌었고, 만 4년 동안 일해온 것이 거의 쓸모 없게 되었다.

 

물론,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 나와 같이 전배온 4년차 J양은 이미 적응 완료해서 인정받고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난 너무 느리다. 눈치도 없고, 말주변도 없고, 잘 놀지도 못하고. 비교당하면서 오는 자격지심과 비뚤어진 자존심 때문에 한층 상처가 깊었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에 내가 담당하던 일 7개 중 몇 가지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상처를 받은 것이 체면 때문인지, 능력이 모자란다는 분함 때문인지, 나 때문에 업무가 늘어난 동료에게 미안해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언니를 귀찮게 하면서 한참 울고 나니 조금 사태를 냉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언니도 1시간 넘어갈 즈음에는 진저리를 치면서 그리 자신 없으면 회사 때려 치우고 공부를 하든지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했다)

 

일단 난 노후 보장 변액보험 지출 때문에라도 7년은 회사를 다녀야 하니, 3년 남았다. 승진연한이 줄긴 했지만 아마도 난 4년이 지나도 과장 승진은 무리겠지. 대충 3년에서 4년 정도 지금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텐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이상 지금 회사일도 열심히 해서 최소 밥값은 해야 하고. 영어는 내가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혼나면서 다시 배워야 한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씩 더 울어야 할 것 같다.

2010년 2월 26일 금요일

20100226-승진

3월부로 대리를 달게 되었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난 건 아니지만, 부장님, 상무님이 축하인사를 하셨으니 확정이겠지.

 

책임도 굉장히 무거운데, 돌이켜보니 난 쉬운 부서에서 일하다보니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다. 커뮤니케이션, 기획력, 영어 등등...역시 대리는 그냥 연차가 차면 달아주는 것인 듯하다.

 

아, 그러고 보니 술도 못 마신다. 어제는 부장님이 소집한 회식에서 끝까지 살겠다고 안줏발 세웠다가 후폭풍으로 고생했다. 2차로 간 맥주집에서부터 취기가 올라와서, 다행히 집까지는 무사히 걸어갔으나 기숙사 들어온 다음의 기억이 없다. 일어나보니 얌전히 씻고, 교정보조장치도 끼고 잤더라. 문제는 출근한 다음. 오전엔 손이 떨리고 머리가 아파서 거의 일을 할 수 없었다...

 

우리 회사 대리는 술도 잘 마셔야 하는데, 나 정말 괜찮을까...

2010년 2월 22일 월요일

요즘 읽은 책

1.『뉴라이트 사용후기』 : 내가 왜 이 책을 지금까지 안 읽었는지, 소름이 끼쳤다. '상식인'의 관점에서 2차 저작을 이용해서 정리한 이른바 '역사전쟁'의 관전기. 근데, 이거 관전기라고는 해도 참전용사 수기보다 낫다. 내가 직접 뉴라이트들의 책을 돈 주고 사서 볼 돈도 없고, 그거 보다가 괜히 중심이 흔들려서 주화입마하느니, 이렇게 정리된 책을 읽는 게 더 낫겠지. 한윤형의 책은 앞으로 가급적 사서 보기로 결정했다.

 

2.『역사 사용 설명서』 : 역사가 어떻게 창작되는지, 사용되는지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는 책. 본문의 내용도, 번역도 그럭저럭. 북미에서 교양있는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는지 들여다 본 느낌이다. 뒷부분의 번역자 후기에 찾아보기까지 빠짐없이 실은 만듦새는 마음에 들었다.

 

3.『생물과 무생물 사이』: 뉴욕, 맨하탄에 관한 찬사 중 가장 멋진 글을 보았다. 제목만 보면 딱 교양 과학 서적인데 왜 이러냐구? 그건 나중에 별도의 리뷰를 붙이겠다. 본 주제인 생물-생명의 정의와 그 정의가 나온 경위에 대한 서술도 간결하고 멋지지만, 묘하게 여행기 같은 느낌을 풍긴다.

2010년 2월 14일 일요일

20100214-경인년 새해 첫날

설 연휴 둘째날이 다 가고 있다.

 

세배를 하고, 금요일 밤에 빚은 만두를 넣은 만두떡국에 갈비찜을 먹고, 언니가 출장길에 사온 치즈를 벗삼아 가족끼리 고스톱을 했다. 1000피스 퍼즐 하나도 다 맞추고.

 

가족들과 평온한 한 때를 보냈으니, 내일은 느긋하게 미술전시회를 들렀다가 분위기 좋은 찻집에라도 들를까.

 

 

2010년 2월 3일 수요일

자폐증 검사...

요새 블로그에서 돌고 있는 자폐증 검사.

 

검사 결과는 아니나다를까...난 가끔 내가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하는지 신기하다...

 

당신의 자폐증 지수(AQ)는 35점 입니다. 이는 평균에서 상당히 벗어난 높은 점수이며 잠재적으로 자폐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정상적인 성인은 오직 2%만이 32점 보다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결과 해석을 참고하세요.

  • 점수 범위는 0점부터 50점까지이며 자폐 정도가 심할수록 대개 더 높은 점수가 얻어집니다.
  • 남자 평균은 17점, 여자 평균은 15점 입니다.
  • 처음부터 다시 검사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결과 해석

Simon Baron-Cohen 및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1에 따르면 자폐증 진단을 받은 성인의 80%는 본 테스트에서 32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정상적인 성인은 오직 2%만이 32점 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계속된 연구2에 의하면 26점을 기준으로 본 테스트 결과는 자폐증의 일종인 Asperger Syndrome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정상인을 임상적으로 구별하는데에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수학, 물리학 및 공학계열 종사자는 본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캠브리지대 학생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수학과 학생 평균은 21.8점, 전산과 학생 평균은 21.4점이었습니다. 한편, 영국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여섯 명의 평균은 24점이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비록 본 문항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기초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간이 테스트로써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만약 이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하더라도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 없이 개인이 임의로 자폐증이라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그 밖의 것들

  • 다른 테스트를 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 본 문항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hahong.org/q/aq/
  • 기타 문의 사항은 여기로 보내주세요: email
  • 1S. Baron-Cohen, S. Wheelwright, R. Skinner, J. Martin and E. Clubley, The Autism Spectrum Quotient (AQ): Evidence from Asperger Syndrome/High Functioning Autism, Males and Females, Scientists and Mathematicians,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31 5-17 (2001).
  • 2M. Woodbury-Smith, J. Robinson and S. Baron-Cohen, Screening adults for Asperger Syndrome using the AQ: diagnostic validity in clinical practice,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35 331-335 (2005).


2010년 1월 16일 토요일

200100116-바쁘다...

작년 말에 사주카페에서 일상이 지루하다고 투덜거렸다. 사주를 봐주시는 아저씨 말씀이 "1월 5일부턴 바빠질 것이다. 올해(2009년)까지는 직장운이 있다."라고...

 

우욱. 잘 맞는다. 올해라는 건 음력일테니, 쥐띠 해 마지막에 갑자기 바쁜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15일에 옮기라 하다가 25일에 발령이 난다고 해서 느긋하게 인계 준비했더니 날벼락이...옮기는 부서 부장님이 호출해서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접고 와라, 오기 싫음 말고."라고 툭 던지셨다.

 

5월까지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일만 할 판이다. 점심, 저녁 강의는 출석 일수만 채우고 다음 학기부턴 아웃이고, 수영도 당분간 끊고. 올해의 목표가 완전히 어그러졌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데 에이전트 없는 업체에 출장을 가야 한다니, 마음이 영 안 좋다. 정말 신입사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