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그 사건 관련해서, 아침에 과장님께 혼나는 꿈을 꿨다. 왜 네가 그 자리에 있었냐는,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혼나는 꿈(실제로 그 자리에서 과장님은 취해서 엎어져 있었지만) 이런 게 바로 자기검열하는 주체라는 거겠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 건지, 결혼도 안 하고 애인도 없으니 주인없는 여자라고 생각해서 그러셨는지, 사람들이 나보고 꼬리 친다고 하지는 않을지...별별 생각이 다 든다.
...다행히 출근해보니 나한테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더라. 그닥 친하지는 않았던 선배 대리님(택시 잡아주신 그분)이 갑자기 아침 식당에서 괜찮냐고 물어오시고, 이 닦는데 화장실에서 옆 라인 여자 차장님이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테니 잊어버리라고 하셨다. 물론 나 모르는 새 뒷담화로 얘기가 돌 수는 있겠지만...그래도 대놓고 오히려 나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에 위안을 받아야 하나 보다. 그래도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이라는 게 빤해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테니 잊어버리고 회식 자리에서 그 분 취하면 옆에 가지 말라는 정도다. 그리고 그 분께 술을 덜 권하겠다는 선배님들의 배려...
그러고 보면 술취했다는 거 참 편리한 면죄부다. 멀쩡한 정신으로 여사원한테 얼굴을 부비려 들면 고의성이 인정되겠지만, 술취해서 모르겠다고 하면 의도를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우에 문제는 반복적으로, 특정인에게 집중해서 일어났는지에 따라서 성희롱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달라질 것 같다. 한 번 겪고 나니 공론화된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어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싶었을 것 같다. 본인이 못 견뎌서 고발하고, 주위의 증언을 얻어 법원의 인정을 받을 정도의 피해가 생긴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힘들게 앓았을까.
내 경우에도 두 번째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찌 될지 모른다. 두 번째가 되면 나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왜 네가 그 자리에 있었냐고 힐난하는 목소리가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이제 이직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