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언니를 붙들고 크게 울었다. 물론 난 만화를 보다가도, 신문을 보다가도 눈물을 글썽이지만, 오늘은 1시간 넘게 제대로 울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다 보니 내가 정말 요 두달 동안 쌓인 게 많았더라.
이제 대충 정리가 되었는데, 내 문제는 대리 직함을 달고도 신입사원 수준이라는 데 있다. 과장님께 이번 주 내내 몇 번이나 질문/의논/보고를 했다가 꾸중을 들었던 것 때문에 내내 우울하고 피곤해 했지만, 내가 내 업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 정도로 타격이 크지는 않았을 거다. 부서가 바뀌면서 전반적인 업무 내용이 너무 많이 바뀌었고, 만 4년 동안 일해온 것이 거의 쓸모 없게 되었다.
물론,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 나와 같이 전배온 4년차 J양은 이미 적응 완료해서 인정받고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난 너무 느리다. 눈치도 없고, 말주변도 없고, 잘 놀지도 못하고. 비교당하면서 오는 자격지심과 비뚤어진 자존심 때문에 한층 상처가 깊었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에 내가 담당하던 일 7개 중 몇 가지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상처를 받은 것이 체면 때문인지, 능력이 모자란다는 분함 때문인지, 나 때문에 업무가 늘어난 동료에게 미안해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언니를 귀찮게 하면서 한참 울고 나니 조금 사태를 냉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언니도 1시간 넘어갈 즈음에는 진저리를 치면서 그리 자신 없으면 회사 때려 치우고 공부를 하든지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했다)
일단 난 노후 보장 변액보험 지출 때문에라도 7년은 회사를 다녀야 하니, 3년 남았다. 승진연한이 줄긴 했지만 아마도 난 4년이 지나도 과장 승진은 무리겠지. 대충 3년에서 4년 정도 지금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텐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이상 지금 회사일도 열심히 해서 최소 밥값은 해야 하고. 영어는 내가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혼나면서 다시 배워야 한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씩 더 울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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