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0091231-2009년을 마치며

정치판은 아수라장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풍요로운 한 해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목표했던 것 중 꽤 많은 것을 이뤘는데, 그 중에서는 수영을 익힌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에 뜬다'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나에겐 꽤 어려운 것이었다.

 

업무적으로는 그럭저럭 인정받은 것 같지만, 한편으론 좀 속상한 부분도 있었다. 흔히 얘기하는 경상도 남자들의 그 촌스러움, 공사를 혼동하고 성별과 나이를 따지는 좀스러움이 짜증스러웠다. 그리고 그걸 겉으로 드러내면 그 족속들 중 40살 이하는 화를 낸다.

 

내년에는 좀더 유연하게 대응해보자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2009년에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이 별로 없다. 모 블로거의 자료정리법을 본받아서 내년에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읽기'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럼 이제 책상정리를 하고 버스 탈 준비를 해야겠다. 종무식 덕분에 4시 전에 마쳤으니, 버스 출발 시간 전에 책 한 권은 마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입사 4주년

오늘이 내 입사 4주년이라고 한다.

물론 그룹 입사일이니 실제 소속사에 들어온 날과는 한 달 정도 차이가 나지만.

 

4년 전을 돌이켜 보면 참 부끄럽다. 신입사원으로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수생활 초반에 팀장을 해보겠다고 했지만...형편없이 깨졌다.(전반기 팀장인 나의 삽질 덕에 후반기엔 더 단합이 잘 됐다) 연수소에서 그 난리를 치고도 난 1년차 내내 '적극적인 신입사원'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제풀에 지쳐갔다.

 

지금은 타고난 체력과 성격에 맞춰 그저 내 일만 한다. 그렇다고 업무의 절대량이 1년차때보다 적은 것은 아니니, 4년 동안 나름 성장한 모양이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으니, 첫째는 겸손이고, 둘째는 건강이다. '갑'의 위치에 오래 있다보니 물들었는지, 두달쯤 전에 차장님께 지적을 받을 때까지 한없이 콧대가 올라갔었다. 그리고 마음보를 못되게 써서 그런지 곳곳이 쑤시고 결린다.

 

입사 5주년이 되는 날, 잃어버린 두 가지를 찾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짧게나마 기록해본다.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20091209-근황

지치고 피곤하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인간관계가 제일 끔찍하고, 그래서 일도 요새 단순한 업무만 손에 잡힌다. 제발 보고서 쓰는 일에서 좀 나 좀 빼줘...

 

바쁜 와중에도 읽을 책은 왜 이리 많을까. 오마에 겐이치의  『지식의 쇠퇴』를 다 읽었는데, 생각할 거리가 꽤 많아서 다른 책에 손을 못대고 있다. 공병호와 비슷한데 좀더 급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번역을 개판으로 해서 남에게 섣불리 권하지 못하겠다. 딱히 오역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문맥을 가다듬어야 하는 부분을 대충 넘겨버린 것이 빤히 보인다. 그리고 저자가 한국에 대해 잘못 서술한 부분이 있는데, 아무 보충설명 없이 그대로 넘겼다. 원서와의 페이지 수 차이로 봐서는 참고문헌 목록이나 색인도 잘랐겠지. 제대로 된 리뷰를 쓰기 전에 번역자(양경철)과 출판사(말글빛냄) 둘 다 대차게 까야할 것 같다.

 

위와 같은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슬슬 DIY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졌다. 뜨개질이나, 십자수, 퀼트. 수영 초급반을 마치면 손을 움직이는 강좌로 방향을 틀지도 모르겠다.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20091206-어떤 청해문제...

JLPT 1급을 보러 갔다. 여름에 치렀던 시험은 뭐가 잘못 되었는지 성적도 안 왔을 뿐더러, 붙었을리도 없으니 그냥 다시 본 것.

 

일본어 시험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난 한자로 의미를 유추해버리기 때문에 올바른 독음은 잘 모른다. 그러니 독해도 바닥에 가깝다. 음, 이번에도 청해와 히라가나로만 된 단어 의미는 전부 포기.

 

하지만  청해 마지막 문제만큼은 정말 잘 들렸다. 문제의 2009년 JLPT 1급 청해 30번 문제(문제 Ⅱ의 15번)는..."다음은 라디오 드라마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문제의 라디오 드라마는 아마도 함정이나 기지의 내부를 배경으로 하는 모양이다. 전투가 점차 격화되는 가운데 0호기가 파손, 테스트 중인 4호기를 직접 끌고 나가겠다는 대장과 이의를 제기하는 부하직원이 주고받는 사이에 끼어든 '아스카'라는 이름의 여자 조종사가 4호기를 끌고 나가 버린 것이다. "あすか、頼む” 라는 비장한 대사와 함께 끝나는 청해시험.

 

본 시험이 아니라 혼자서 모의고사 풀다가 나왔으면 분명 데굴데굴 굴렀으리라. 문제의 라디오 드라마가 나오는 내내 혼자 소리내어 웃지 않기 위해 무진 애썼다.

 

대체 이번 JLPT 청해시험 출제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건담, 마크로스, 혹은 에바에 불타오르는 오덕인가? 아니면 일반인이지만 JLPT 응시자들 중 오덕이 많다는 것을 알고 서비스로 문제를 내준 것 뿐일까?  앞의 지문에 드래곤환타지 운운하는 게임의 공략순서가 나온 것으로 판단하건대, 아마 범용 오덕인 것 같기는 하더라만...

 

 

2009년 12월 5일 토요일

20091205-에반게리온 파 관람

국내 개봉한지 얼마 안 됐으니 스포일러는 쓰지 않겠다.

 

원작을 방영할 때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극장판을 보니 새삼 애착이 느껴진다. 학생 시절엔 흘려 넘겼던 작품들이 지나보면 추억의 명작으로 소중하게 남는구나. 만화도, 애니도, 음악도...엔딩테마와 예고편까지 끝나고, 불 켜진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의 8할은 족히 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