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를 보러 오랜만에 극장까지 나갔다.
본래 온가족의 오락용이므로 줄거리는 참 단순하다. 300년째 용들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바이킹 섬의 괴짜 소년 히컵이 신비의 드래곤을 길들여 나쁜 드래곤의 대왕(최종보스...)를 무찌르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 물론 이야기 마지막에서 착한 드래곤과 마을 사람들은 화해해서 새로운 삶으로.
100분이라는 요새 영화치고 짧은 시간 속에 필수적인 요소를 다 집어넣었다는 호평을 보고 예매했는데, 과연. 화사하고 속도감있는 화면을 제외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3D와 판타지라는 공통점 때문인지「아바타」와 비교하는 리뷰도 있었는데, 나는 결말만으로도「드래곤 길들이기」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바타」의 제이크는 상이군인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 영웅이 되고 건강한 새몸을 손에 넣었지만, 「드래곤 길들이기」의 히컵은 살아남았지만 대가를 치렀기 때문. 분명 대가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는 '왜 그 용을 처음 봤을 때 죽이지 못했냐'는 아스트리드의 질문에 대한 히컵의 대답. "내가 겁먹은 만큼 그 녀석도 겁먹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물론 영화관에서 메모는 할 수 없으므로 부정확하다...) 상대방과 나의 같은 모습, 연민...아마도 자연보호운동은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축의 탄생도...
영화는 자유로운 인간과 드래곤의 평화로운 새삶으로 끝났지만, 글쎄...이제까지 역사가 증명하는 인간의 모습은, 꼬리날개를 잘라서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다면 일부러 불구로 만들어서 가축화를 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지브리의 비행신에 못지 않은 공중전과 화려한 불꽃의 묘사를 보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저런 생각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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