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서전에서 리퍼제품이라고 하여 반값 밑으로 사온 책. 하지만 다 읽은 다음에도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안팔려서 재고처리를 했다고 하기엔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다.
무대는 아오야마 묘지 근처의 고급 빌딩 맨 위층, 이름은 사고루(沙高樓)라고 한다. 즉, 모래로 쌓은 높은 누각이다. 모임의 참석자들은 대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로, 그날의 화자는 자신의 비밀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청자는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나오는 이야기는 기담인데...하츠 아키코나 온다 리쿠보다 좀더 현실을 강하게 깔고 있다. 슬쩍 환상적인 분위기가 풍기지만 아마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임에 분명한...
그래서 마지막 다섯번째 이야기 끝머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모래로 지은 높은 누각은 무르고 위험하다. 그러나 태곳적부터 사람들은 거기에 행복이 있다고 믿고 높은 곳을 향해왔다.
뒤를 돌아보니 사고루의 어둠 속에는 오늘밤 들은 이야기의 무게에 짓눌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자신의 독을 토해내는 대신 남이 토해내는 독도 마셔야 한다. 또는, 너무 많은 독을 마셔야 하기에 자신의 독도 토해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고루의 기담 클럽은 그런 원리로 존재하는 모양이었다."(305p)
이야기란 건 원래 그렇지...나도 가끔은 참을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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